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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의 겨울을 누리다.
2020.12.29 10:19 박명순
필그림의 겨울을 누리다.

그러고보니 나는 일년에 평균 두 차례는 필그림을 찾는 것 같다. 필그림의 약발(?)로 반년을 살고, 또다시 이곳을 찾아 충전을 하는 듯~^^
그러기를 거의 십년이 되었는데, 겨울 필그림은 처음이다. 또다른 맛이 있다.

방에 짐을 놓고는, 그 문 앞 가까이만 이르러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침묵기도실로 가서 하나님께 “하나님~ 저 또 왔어요”라고 인사를 드리고,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하나님의 품에 안겨 오직 하나님과 나만의 행복한 시간을 누리는 곳이다.
다음날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은 아침햇살을 받아 붉은 색을 띠고 있다. 탄성을 자아내는 그 아침 풍경을 사흘이나 볼 수 있어서 그것도 행복이었다.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을 택하여 천로역정을 묵상하기로 했다.
눈 쌓인 천로역정 산책은 처음이다. 하늘은 하얀 눈을 잔뜩 쏟아내고는 어쩜 저리도 파랗게 펼쳐져 있는걸까! 수없이 보고 걸었던 길인데도 새롭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내는 눈길도 좋고, 초입에 있는 문에 "Knock and it shall be opened to you"라는 문구도 새롭다. 빙긋이 웃으며 조심스레 문을 노크하고 살짝 밀었다. 당연한 것인데도 "어! 문이 정말 열리네!"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 길 중에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가 있는데, 그 앞에서 나는 순간 주춤하고는 주변을 살피고있다. 그곳은 어두운 동굴인데, 길 바닥에 해골모형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렇지만 한 두번 지났던 곳도 아니고, 그 해골은 단지 모형이라는 것도 그 길이 엄청 짧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따라 주변에 인기척 하나 없는 적막한 산중에서, 혼자 그곳에 들어서는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샛길은 없고, 그렇다고 되돌아갈만한 나름의 이유도 없다. 애써 지은 미소에 민망함을 감추고, ‘이게 뭐라고...’ 중얼거리며 성큼 들어섰다.
시편 23편의 말씀이 흘러나온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그 짧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빠져나오면서 생각했다. 천로역정!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오직 한 길을 걷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되돌아서 가는 길은 예수그리스도를 만나기 전의 죽음의 세상으로 가는 것이고, 천성을 향해서 가는 길은 샛길도 없이 그냥 앞으로 앞으로 가는 것이다. 그 길에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피할 수는 없어도, 그 길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시 나의 가는 길에 어떤 문제가 다가와도, 피하거나 물러서지 말고 지팡이와 막대기로 함께 하시는 주님을 의지하리라. 다 지나갈 것이고, 지나고나면 별 것 아닌 그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처럼...

필그림을 떠나야 하는 날이다.  다른 때보다 하루가 더 길었던 일정이었는데도 막상 떠나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아쉽고.. 또 언제 다시 오려나 하는 마음에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의 걸음걸음도 소중하게 여겨졌다.
짐을 차에 싣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다시금 침묵기도실로 향했다. 내 생각들을 내려놓고 내게 닥친 모든 일들에 대해 하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여쭙겠다는 마음으로 찾았던 필그림.
이제 떠나야 하는데 나는 하나님께 아무 답도 듣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은 내가 하나님께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하나님께 죄송했고, 이대로 내려가는게 혹 '헛 일' 또는 '실패'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침묵기도실에서 평안한 품을 느끼게 해 주셨듯이, 필그림이 자리 한 수덕산을 비롯해서 사방으로 둘러 싸인 산들을 바라보면서 커다란 품을 느끼게 하셨듯이, 이제 내 일상으로 돌아가면,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렇게 품이 되어주실 하나님이심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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